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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생각] 선을 넘지 않는 다정함

우리가 '따로 또 같이' 걷는 법

2026-04-01

선을 넘지 않는 다정함

: 우리가 '따로 또 같이' 걷는 법


따스한 봄기운이 조금씩 스며들고 있습니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어오지만, 사무실 창밖으로 곧 피어날 꽃봉오리들을 상상하며 문득 '식물들의 거리두기'를 생각하게 됩니다. 숲속의 나무들은 서로 햇빛을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 가지가 엉키지 않도록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자란다고 합니다. 너무 붙으면 서로의 성장을 가로막고, 너무 멀면 울창한 숲을 이루지 못하죠. 우리 직장 생활에서의 '관계'도 이와 닮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건 업무 그 자체보다 '적당한 거리'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흔히 MZ세대는 개인주의적이고 선을 긋는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우리 세대의 ''은 누군가를 거부하기 위한 차가운 벽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의 고유한 영역을 존중하며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함께 달리기 위한 '안전거리'에 가깝습니다.

과거에는 퇴근 후의 회식이나 사적인 공유가 끈끈한 팀워크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조금 다른 방식의 연대를 꿈꿉니다. 업무 시간에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협업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되, 퇴근 후에는 각자의 '방구석 서재' '취미의 운동장'으로 기꺼이 보내주는 배려 말입니다. 서로의 사생활을 낱낱이 알지 못해도, 오늘 마주친 동료의 피곤한 안색에 조용히 비타민 하나를 건네는 '선을 넘지 않는 다정함'이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되곤 합니다.

물론 가끔은 이 선이 차갑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건강한 개인주의가 바탕이 된 조직은 오히려 더 단단한 결속력을 가집니다. 억지로 모양을 깎아 맞춘 퍼즐 조각보다, 각자의 고유한 모양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완성해가는 레고 블록처럼 말이죠. 서로의 다름을 '틀림'이 아닌 '다양함'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혁신과 지속 성장도 비로소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따듯한 햇살 아래서 우리는 각자 다른 속도로 자신만의 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미 화사하게 만개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이제 막 단단한 껍질을 뚫고 나오려 애쓰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서로의 개화 시기를 재촉하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적당한 거리의 다정함이 필요합니다. 이번 달에는 동료에게 무리한 질문을 던지기보다, "오늘 날씨가 참 좋은데 건강 잘 챙기세요"라는 가벼운 인사 한마디로 서로의 공간을 지켜주며 함께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한 문장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함께 가면,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다"라고요. 우리만의 건강한 거리가 모여, 더 울창하고 아름다운 2026년의 숲을 만들어가길 기대해 봅니다.

사내기자 ㅣ 박한솔 사원